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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왜 핸드드립 커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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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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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커피 전문점 수가 2013년 기준 15천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 중에 커피를 직접 볶는 집(이하 로스터리 샵)12백개가 넘는다. 로스터리샵이 늘어간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기대치와 연관이 있다. 이는 예전의 소비자들이 만남의 장소로 커피 전문점을 이용했다면, 지금은 커피의 맛과 향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은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한 메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떠오르고 있는 스페셜티 커피전문점들은 핸드드립 커피가 에스프레소 메뉴와 함께 메뉴판을 장식하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를 하는 이유를 나눠보면 다음 정도로 축약해 볼 수 있다.

 

1. 에스프레소 머신의 부재

2. 저렴한 비용의 창업

3. 로스터리 샵의 다양한 커피 사용

4.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메뉴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

5. 스페셜티 커피의 대두

 

1번과 2은 과거 에스프레소 머신이 보급되기 전의 커피시장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 3,4,5은 현재의 핸드드립 커피를 하는 커피 전문점의 모습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핸드드립 커피는 좋은 커피를 한잔, 한잔 정성스럽게 내려준다는 본래의 취지가 가장 잘 들어맞는 시기인 것 같다.

 

지금은 우리나라와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도 핸드드립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는데, 이것은 특히 스페셜티 커피가 세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는 1978년 미국 크누첸 커피의 크누첸 여사가 프랑스의 국제커피회의 연설에서 사용한 것을 시초로 특별한 기상과 지리적 조건이 독특한 향미를 가진 커피 생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기초로 1982년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생기게 되고, 스페셜티 커피의 개념과 정의가 이루어진다. 스페셜티 커피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커피빈(생두)의 상위 10% 이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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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미국과 유럽의 바리스타들을 핸드드립의 세계로 끌어 들인 것일까. 실제로 싱글 오리진(Single origin) 커피 품질이 좋아지면서 기존 카페들이 사용하는 대용량의 자동 커피 메이커로는 맛있는 드립 커피를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을 카페의 운영자도 소비자도 입으로 먼저 알아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핸드드립 커피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종류의 커피를 매번 다르게 그라인딩해서 추출할 수 있고, 다양한 변수(분쇄도, 수출온도, 로스팅 정도, 물 붓는 속도 등)들을 활용해서 고품질의 커피를 다양한 스타일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지금의 스페셜티 커피 붐과 맞물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스페셜티 커피의 높은 가격으로 인하여 대량 추출이 어려워졌다는 사실도 한몫 했을 것이다.

 

재미있는 현상은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예전부터 해오던 커피 추출 방법들(핸드드립, 싸이폰, 워터드립 등)을 미국, 유럽의 바리스타들이 예전에 우리가 해오던 것처럼 자신만의 스타일과 이론으로 무장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커피 교육의 현주소는 싸이폰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깨지기 쉬우니 사용하기 어렵다, 융 드립은 뒤처리가 까다로워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식의 부정적인 커피 교육이 많았지만 미국, 유럽의 바리스타들은 그런 편견을 뒤로한 채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에만 여념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우리의 핸드디립은 오랜 연습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추출법이라면, 그들은 푸어 오버 또는 슬로우 드립이란 이름으로 추출 시에 매번 저울, 온도계, 타이머로 커피 양, 분쇄도, 물의 양, 물 온도, 추출 시간을 정확히 측정해서 맛을 비교 분석한다. 고가의 커피밀도 측정기, 추출율 계산기 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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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 역시 자신만의 추출법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 푸어 오버의 완성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라는 것이 이럴 때 필요한 것 같다. 핸드드립 커피를 오래전부터 해온 우리나라, 일본에는 핸드드립의 명인 또는 장인이라는 분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고, 그곳을 찾아 명인이 추출한 커피의 맛을 보면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맛을 가진 커피를 경험할 수 있다.

 

지금이야 자금만 있다면 고품질의 커피빈을 누구나 살 수 있지만, 그러한 선구자들이 입문하고 활동하던 시기에는 아무리 자금이 충분해도 고품질의 커피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멋진 커피를 어떻게 만들 수 있었는지 지금도 가끔 생각한다.

 

커머셜급의 그저 그런 커피빈을 구해서, 로스팅 전 핸드픽, 로스팅 후 핸드픽으로 잡미가 나오지 않도록 정성스럽게 로스팅하여, 시간을 들여 숙성하고 거기에 맞는 드립퍼, 필터를 선택하여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최고의 잔에 채워서 정성스러운 서비스로 손님에게 제공한다. 이런 정성스러움과 최상의 커피가 만난다면 새로운 커피 시장이 열리는 일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글 - 김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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